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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이야기 탈북민, 통일을 꿈꾸게 해 준 고마운 존재 재단법인 통일과나눔 김윤선 책임 매니저

글 : 조의성 기자l사진 : 허영철 기자

스무 살, 가슴 뛰는 일을 찾았다! 약 15년 전, 영화 포스터에나 어울릴 법한 일이 김윤선 씨에게 일어났다. 대학생 시절 북한과 통일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통일 준비에 열정을 바쳐온 재단법인 통일과나눔 김윤선 책임 매니저를 만나보았다.

윤선 씨는 통일 준비는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우직하게 진행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며,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비전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통일과 북한 분야 비영리단체, 기관에서 일한 지도 10년이 지났습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콕 찍어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가슴이 끌린 일이었음은 분명해요.”
김윤선 씨의 유년기는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고 적응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외국에 가면 그곳의 문화와 언어에 적응해야 했고, 한국에 돌아오면 이곳의 관습과 시선에 다시 적응해야 했다.

가슴 뛰게 하는 일, 내가 해야 할 일 윤선 씨가 시작한 첫 활동이 탈북민 언어 봉사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어려서부터 국내외로 이어진 이주의 경험은 소수자로 살아가는 느낌과 이방인의 정서를 이해하고, 탈북민들에게 공감하며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
2006년, 풋풋한 대학생 시절 윤선 씨의 삶이 기록되어 있는 일기장의 한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 있다.
“한국에 와서 외래어라는 마음의 병이 생겼는데, 매주 치료받고 있다. 정착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당시 서울의 한 북한 인권단체에서 ‘탈북자 영어교실’ 영어 및 외래어 교사로 봉사하던 윤선 씨가 가르쳤던 탈북민 어르신이 해준 말이다.
윤선 씨는 온라인 게시판에서 ‘탈북자 영어교실 봉사자 모집’ 공고를 접하던 그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북한이나 통일은 당시까지 윤선 씨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였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우연히 탈북민 관련 봉사 공고를 보는 순간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하지만 선뜻 지원하기가 쉽지 않았다. 북한 사람을 만난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잘 모르는 것으로부터 오는 두려움도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은 수천 명 정도였고 택시를 타고 북한 사투리를 하면 경찰서로 데려가던 시절이었다.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윤선 씨는 평소에 존경하던 지도 교수에게 의견을 구했다. 지도 교수의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으로 윤선 씨는 탈북민과 첫 인연을 맺게 되었고, 현장에서 탈북민들의 정착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분단된 한반도에 살고 있음을 피부로 절감하게 되었다.
2008년 미 국무부의 후원으로 한-중-일 청년들과 미국의 워싱턴 D.C. 연수를 가게 된 윤선 씨는 어느 강연에서 “북한은 미국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는 고위 공무원의 말에 충격을 받게 된다.
연수에서 만났던 아시아 친구들도 모두 자기 나라에만 관심이 있었다.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었지만 머리로만 알고 있던 지식을 비로소 체감한 사건이었다.
그동안 만났던 탈북민들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북한, 통일, 탈북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 일을 주도적으로 해야 할 사람은 결국 한국인이라는 깨달음을 안고 돌아왔다. 이는 대학원에서 북한과 탈북민 문제를 공부하고, 졸업 후 통일 분야의 일을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청년 통일축제 '유니포라'에서 청년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한반도를 위한 준비 석사과정을 마친 윤선 씨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남북하나재단, 한국교육개발원 등 통일을 준비하는 다양한 현장에서 쌓아온 실무 경험을 토대로 현재 재단법인 통일과나눔 기획팀 책임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재단의 주력 사업인 ‘통일나눔펀드 공모사업’을 운영하면서 통일 공감대 형성,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 차세대 통일 인재 육성, 통일단체 역량 강화, 북한 사회개발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사업들을 맡아왔다.
윤선 씨는 청년들이 통일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다양한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이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들이기 때문이다. 작년 10월에 ‘야, 진짜 통일이 미래냐?’라는 도발적인 슬로건으로 진행한 ‘Uni-Fora’ 행사는 통일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 사회에 통일 공감대를 확산하려는 의도로 기획한 행사였다. 신촌의 대형 카페를 빌려 콘서트와 토론, 강연, 영화감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2주간에 걸쳐 진행된 행사는 현장 참석만 1,000여 명, 온라인에서는 4,00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북한 및 통일 관련 사업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윤선 씨는 통일 준비는 금방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우직하게 진행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며,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서로 격려하며 함께 비전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자주 모여서 경험과 애로 사항을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네트워킹 행사와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선 씨는 어렵지만,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건 역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탈북민들을 상사로, 동료로, 또 학생으로 만나 함께했던 추억들은 작은 통일의 경험으로 오래 남아 항상 힘이 된다고 했다. 또한 현장에 가서 현장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분위기를 느끼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그곳에서는 통일이라는 거대한 담론 속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사람들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세요, 오세요. 우리 집에 오세요! 일찍이 자신을 북한에 눈뜨게 해주고, 한반도의 미래를 꿈꾸며 헌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탈북민들이 자신에게 정말 고마운 존재라는 그녀. 이제는 남북한이 다시 교류하고 자유롭게 왕래하는 그날, 탈북민들이 자신들의 고향을 오갈 수 있는 그날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평양 출신으로 탈북민 정착에 헌신했던 고 주선애 교수를 존경한다는 김윤선 씨는 ‘탈북민들의 대모’로 불린 주 교수처럼 먼 훗날 할머니가 되어 탈북민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손수 만든 음식을 같이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오세요, 오세요. 우리 집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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