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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탈북민 공동체 연구, 우리도 필요하다 기자 칼럼

글 : 조의성 기자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삶과 사회를 스스로 연구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일찍이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로부터 현대의 벨 훅스(Bell Hooks)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다.
탈북민들은 탈북민 공동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우리의 경험을 정의하는 일 “전혀 탈북자 같지 않으시네요.” 얼마 전 참여했던 모임에서 내가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어떤 사람이 놀라움에 가득찬 표정으로 내게 했던 말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듣는 말이지만, 아직도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난감하다. 우선 그것이 칭찬인지, 야유인지를 판단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고 스스로도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게 느껴진다.
이런 경험이 당혹스러운 것은 막상 대놓고 지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적한다고 하더라도 분위기 깨기가 십상이고 상대방 입장에서는 어쩌면 호의를 갖고 한 말이 뭐가 문제인지 알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미묘하고도 애매한 편견을 경험하면서도 이것을 표현할 적당한 언어가 없어 마음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었다. 얼마전에 우연히 글을 읽다가 이러한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용어를 찾아냈다.
대럴드 수(D.W. Sue)라는 상담심리학자가 제안하는 개념으로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이라는 용어인데, 한국말로는 ‘미세 공격’으로 번역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 눈에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도처에 깔려 있고 늘 치우지 않으면 쌓이는 유해한 먼지와 같다는 의미에서 ‘먼지 차별'이라고도 번역한다.
중국계 미국인인 대럴드 수 교수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경험하는 인종차별을 설명하기 위해 이 용어를 도입했다. 연구자는 미국에서 백인들이 살아가는 세계와 유색인종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먼지 차별’을 당했을 때, 이건 차별이라고, 기분 나쁘다고 말하고 싶어도 상대가 "에이, 예민하게 왜 이래? 농담이었어!"라고 말하면 더 항변하기도 어렵고, 심지어 빠르게 지나가는 대화 속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유색인종들은 “내가 과민한 건가? 내가 참으면 되는 건데…”라며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탈북민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이다. 나는 이 글을 읽고 마치 샘을 만난 것 같았다.

탈북민에 의한 탈북민 연구의 중요성 그렇다면 왜 탈북민 연구자에 의한 탈북민 연구가 중요할까. 보통 탈북민들은 일상을 통해 문제들에 대해 호소한다. 하지만 그 호소에 보통의 남한 주민이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은 한 번도 탈북민이 되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 탈북민 연구자의 역할은 중요하게 부각된다. 탈북민 사회의 문제점을 과학적 형식과 방법을 동원해서 밝혀낸다면 결코 그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민 연구자들의 제대로 된 연구는 더 이상 그러한 탈북민의 호소가 단순히 투정 섞인 하소연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임을 밝히는 과학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꼭 탈북민 연구자여야 하는가. 우선 탈북민 연구자는 한반도의 특수한 역사적, 정치적 상황의 결과인 탈북민 사회와 그들이 겪은 경험과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탈북민 연구자들은 탈북민 사회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만이 겪고 있는 문제와 차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탈북민이 아닌 사람은 가질 수 없는 시선으로 그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탈북민 연구자는 연구 과정에서 그들만이 가진 인적 자원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탈북민 연구자는 자신들의 인적 네트워크와 이미 내재되어 있는 집단에 대한 정서적 이해를 통해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을 보다 정확하고 다양하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탈북민 사회를 위해서는 어떤 연구가 필요할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탈북민 사회에 대한 연구 2023년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탈북민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회에서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탈북민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가장 절실한 문제들, 이를테면 취업이나 창업, 초기 정착 지원과 같은 문제들을 탈북민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비전을 갖고 먼 미래까지 내다보며 탈북민과 그 자녀들의 교육에 관한 문제들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로서의 전문적인 자질과 함께 무엇이 탈북민 사회의 가장 선차적인 문제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안목과 사명감도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탈북 청소년의 사회적응과 지원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주승현 박사와 북한이탈주민 자녀의 학교폭력 경험에 대한 조현정 박사의 연구가 주목된다.
주승현, 「탈북청소년의 사회적응과 효과적 지원방안 모색」 다문화와 평화 14.3 (2020)
조현정, 「제3국 출생 북한이탈주민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 교육인류학연구 22.4

북한에 대한 연구 세계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국가 중 하나로 정평이 나 있는 북한은 연구자들이 연구하기 가장 어려워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통일의 대상으로서 북한에 대한 이해가 선행하지 않고서는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 나아가서 효과적인 통일도 이룰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북한에서의 삶을 경험한 탈북민 연구자의 북한 연구는 시작부터 큰 이점을 갖고 있다. 북한에서 삶의 경험이 거대한 국가적 맥락에서보다는 사람들의 미시적이며 일상적인 삶에서 더 잘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 출신 신세대 연구자들의 연구 주제와 접근 방식들이 돋보인다. 북한의 선전매체인 ‘화술소품’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웃음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의미를 해석한 이성희의 연구와, 공정성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에 대해 조명한 권은별의 연구가 특히 흥미롭다.
이성희, 「북한 ‘화술소품’ 관객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북한대학원대학교, 2020.
권은별, 「북한주민의 공정성 인식」 국내석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대학원, 2020.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의 저자 벨 훅스는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주류 사회와 공유함으로써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고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탈북민 연구자들이 기발하고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 우리 공동체의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공유함으로써 더 포용적이고 인간적인 대한민국이 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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